공개시장조작, 법정지급준비율, 재할인율 등 중앙은행의 세 가지 정책수단은 통화량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고 해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정확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앙은행은 두 가지 문제와 씨름을 하는데, 두 문제는 모두 통화량이 대부분 부분 지급준비제도에 의해 창출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첫 문제는 가계들이 예금 형태로 보유라려는 화폐의 양을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계가 예금을 많이 할수록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늘고, 이를 토대로 은행 전체가 더 많은 화폐를 창출할 수 있다. 반대로 가계가 예금을 적게 할수록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줄고, 은행 전체에서 창출될 수 있는 화폐의 양도 감소한다. 이러한 사실이 왜 문제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어느 날 사람들이 은행제도를 불신하게 되어 예금을 인출해서 현금으로 보유한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은행 전체의 지급준비금이 줄어 화폐 창출이 위축된다. 따라서 중앙은행이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통화량은 줄어든다. 통화량 통제의 둘째 문제점은 은행들이 대출하려는 금액을 중앙은행이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돈이 은행에 예금되면 은행이 대출을 해야 더 많은 화폐가 창출된다. 그러나 은행들은 법정지급준비금보다 많은 지급준비금, 즉 초과지급준비금을 보유할 수 있다. 이러한 초과 지급 준비금을 보유하는 것이 통화량을 조절하는데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이해하기 위해, 어느 날 은행들이 경제 여건에 대해 좀 더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여 대출을 줄이고 지급준비금을 늘릴다고 가정해보자. 이렇게 되면 은행 전체의 예금 창출액이 줄어든다. 즉 은행들의 자체적인 의사결정으로 통화량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와 같이 부분 지급준비제도하에서 통화량은 부분적으로 예금자들과 은행들의 행동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중앙은행이 이들의 행동을 정확하게 통제하거나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량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중앙은행이 방심하지 않는다면 이런 것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미국의 중앙은행은 매주 시중은행들에게서 예금과 지급준비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여 예금자들이나 은행들의 행동에 일어나는 변화를 곧 감지할 수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이러한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여 통화량을 원하는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재할인율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수단중 하나가 재할인율이다. 재할인율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제공하는 대출금에 부과하는 이자율이다. 시중은행의 지급준비금이 부족할 경우에는 중앙은행에서 자금을 차입한다. 지급준비금 부족 사태의 원인에는 급작스런 예금 감소나 과도한 대출 등이 있을 수 있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출해주면 은행의 지급준비금이 증가하고, 이 지급준비금으로 은행들은 더 많은 통화를 창출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재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통화량을 변동시킬 수 있다. 재할인율이 높으면 시중은행들은 중앙은행에서 지급준비금 차입을 자제한다. 따라서 재할인율이 인상되면 은행 전체의 지급준비금이 줄어서 화폐 공급이 감소한다. 반대로 재할인율이 낮아지면 시주 은행들이 중앙은행에서 지급준비금 차입을 늘리므로 은행 전체의 지급준비금이 증가하고 통화량이 늘어난다. 연방준비제도는 재할인율을 조정함으로써 통화량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곤경에 빠진 금융기관을 돕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87년 10월 19일 미국 증시에서 주가가 22% 폭락하자 많은 증권회사들은 일시적으로 거액의 증권 거래대금을 마련할 길이 없었다. 그러자 다음날 증시가 개장하기 전에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얠런 그린스펀이 " 연방준비제도는 미국 경제와 금융제도를 지원하기 위해 유동성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천명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뉴욕증시 폭락사태의 여파가 그리 크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가 그린스펀의 현명한 대처 때문이라고 믿는다. 이와 비슷하게 2007년 2008년에 미국 전역의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모기지론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주택소유자가 급격히 늘어났고, 이러한 모기지를 보유한 많은 금융기관들이 곤경에 빠졌다. 이러한 사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는 어려움에 처한 많은 금융기관들에게 대출을 제공했다.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즈의 마법사와 은화 자유주조 논쟁 (0) | 2020.04.15 |
---|---|
통화량 증가와 인플레이션 (0) | 2020.04.12 |
지급준비율의 변화를 통한 통화량 창출 (0) | 2020.04.11 |
부분지급준비제도와 통화 창출 (0) | 2020.04.11 |
은행과 화폐 공급 (0) | 2020.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