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에는 아이스크림 콘 한 개를 사는데 최소 2달러가 들지만 늘 그랬던 것은 아니다. 1930년대 한 구멍가게에서는 두 종류의 아이스크림을 팔았는데 작은 것은 3센트, 큰 것은 5센트였다. 아이스크림 값이 올랐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의 물건 값은 오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일반 물가 수준의 상승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물가지수를 보면 지난 70년 동안 물가가 매년 평균 약 4%씩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매년 4%씩 상승하면 70년 동안 물가는 16배 증가한다. 최근 몇십 년간 미국에서 자란 사람들에게 인플레이션은 자연스럽고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질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19세기에는 오랫동안 대부분의 물가가 하락한 이른바 디플레이션이 지속되었다. 1896년 미국의 일반 물가는 1880년에 비해 23% 낮았으며, 이러한 디플레이션은 189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쟁점이 되었다. 많은 빚을 진 농부들은 곡물 가격 하락으로 소득이 감소하고 부채 상환 능력이 저하되어 고통을 겪었다. 따라서 농부들은 디플레이션을 발전시킬 정부 정책을 옹호했다.
근래 들어서 인플레이션은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지만, 인플레이션율 자체는 해마다 큰 차이가 있었다. 1990년대 미국의 연평균 인플레이션은 2%인 반면, 1970년대에는 물가가 연평균 7%씩 올라 10년 동안 물가수준은 2배가 되었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높은 인플레이션율을 심각한 경제 문제라고 본다. 1980년에 지미 카터 대통령이 재선에 출마했을 때 도전자 로널드 레이건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카터 행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사례 중 한 가지로 지적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인플레이션 경험은 더욱 다양하다. 2007년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약 4%지만 일본은 0.7%, 러시아는 13%, 베네주엘라는 25%나 되었다. 그런데 러시아나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도 역사상 높은 인플레이션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2008년 2월 짐바브웨 중앙은행은 짐바브웨의 인플레이션율이 24000%에 달했다고 발표했는데, 몇몇 독립적인 추정치에 따르면 이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하이퍼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한 경제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지 여부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그 정도를 결정하는 요인들은 무엇일까? 화폐 수량설로 답을 해본다면, 화폐 수량설은 통화량이 지나치게 늘면 물가가 상승한다는 경제학의 10대 기본원리 중 하나에 요약되어 있다. 이러한 직관은 경제학자들 사이에 오래전부터 잘 알려진 유서 깊은 전통이다. 화폐 수량설은 18세기에 유명한 철학자 데이비드 흄이 주장했으며, 근래에 들어서는 유명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이 이를 지지했다. 화폐 수량설에 입각한 인플레이션 이론을 이용하면 우리가 경험하는 완만한 인플레이션은 물론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독일에서 발생했고, 보다 최근에 일부 남미 국가에서 일어나 하이퍼인플레이션도 설명할 수 있다. 1970년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비교적 높았을 때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인플레이션이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나타났다. 이러한 국민 정서를 반영하여 1974년에 포드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미국의 공적 제1호'라고 선언했다,. 한동안 포드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을 당장 퇴치하자(WHIP INFLATION NOW)는 뜻의 약어 WIN이 새겨진 배지를 달고 다녔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사회에 끼치는 비용은 정확하게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면 여러분은 놀랄지도 모르겠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여러 가지 비용을 파악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여러 경제학자들이 초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나쁘다고 얘기하지만, 지나치지 않은 인플레이션의 비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크지 않다고 주장하는 경제학자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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